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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얻은 것 (여행의 완성은?)

길 위 2022. 3. 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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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각자 경험한 느낌이 다르고 에피소드도 다르다. 여행지에서 얻은 감성이라는 것도 다 틀리다. 누구는 산을 보고 감동했다 하고, 누구는 바다를 보고 감동했다고 한다. 소소한 풀때기 하나로 인생을 논하는 것이 여행이다. 토속적인 백반 한 그릇으로 추억이 쌓이는 여행이 되기도 한다.

누구는.
여행가서 제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잠자리라고 하고, 누구는 잠은 아무데서나 자도 되는데, 먹는 것을 잘 먹고 와야 좋은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여행을 자랑하려고 친한 지인과 같이 자기가 다닌 곳을 소개하며 이것저것 맛집도 다녔건만, 정작 같이 간 일행은 별로 흡족해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모두다 여행에서 얻는 느낌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다 좋을 수 없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여행에서 얻는 것. 여행의 완성은?

요즘 여행의 고민
오미크론, 코로나19로 끝도 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진을 보고 더럭 겁이 났다. 그동안 갖은 007작전을 동원, 여행지까지 전염되지 않게 노력을 하며 다녔지만, 어느 블로거님의 사진을 보고 난 뒤에 지금 내가 여행을 다니고 있는 것이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며 겁이 났다. 앞으로 여행은 어떤 식으로 다녀야 안전할까?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여행의 시작은
여행의 시작은 집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행의 시작은 집을 떠나기위해 가방을 싸는 행동에서부터가 여행이다. 여행가는 도중이나 여행지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며 마음 속으로 정한 시간에 일어서야 한다. 이 또한 쉬운 것 같지만, 이렇게 하기까지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줄 의지와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여행 가방에 준비물을 넣는다. 카메라. (아니 핸드폰), 카드, 이어폰,썬크림 길에서 음악파일, 비상약 (두통, 상처연고, 밴드, 벌레물린데 바르는 약) 그리고 여벌의 옷, 수건, 물티슈, 그리고 요즘 추가 된 손소독제, 소독 물티슈. 가방에 물건을 챙기면서 생각한다. '나는 지금 여행을 갈 준비를 하고 있고 나의 여행이 무사히 잘 끝나기를 바란다' 라고.

여행지로의 출발
예전 친구들과 여행을 할 때 한 친구가 운전을 하며 말을 했다. "여행할 때 제일 기분 잡치는게 뭔지 알아?"
"여행 갔다와서 사고나는 것은 그나마도 괜찮아, 집에 오는 길이니까, 그런데 여행지로 가는 길에 사고나면
그 여행은 망치는거야~ 여행 내내 기분이 안 좋거든. 절대 즐거울수 없는 여행이 되는거지" 라고 말했었다.
나는 왜 그 말을 지금도 곱씹을까? 여행지로 이동하려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매우 예민해진다. 여행을 망치지 않기 위해. 차 안에서 가족들과 다투지 않는다. 기분상하는 말도 하지 않는다. 이동중에 다른 차와 시비가 붙지 않도록 매우 조심을 한다. 안하던 양보도 한다. "네~ 네~가세요. 먼저 가세요~" 그렇게 하는 이유는 여행지로 가는 나의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함이다. 일종의 징크스 같은 것.

여행지에서
을 왜 떠날까? 나는 그 이유를 늘 생각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데 그 고생도 어떤때는 희열로 다가온다.
일종의 일탈일까? 밤새 꿈을 꾼 어느 날이었다. 산처럼 쌓인 서류들이 나를 압박한 날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깼다. 너무 지쳐있는 나를 보았다.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나에게 지금 이 순간, 너의 일상을 모두 팽기치라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고생해서 번 돈으로 조금이라도 나를 보상하는 여행을 떠났다. 그래 여행은 내 힘든 일상의 보상 같은 것이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갑자기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아이를 이끌고 떠난 여행은 밤 12시가 되어야 도착을 했다. 너무 배가 고팠다. 항구의 작은 좌판이 놓여있는 곳에 차를 대고 졸려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걸었다. 그 밤에도 항구에는 밝은 불빛과 함께 활기가 넘쳤다. 많은 손님들이 길가에 앉아서 새우와 조개를 구워먹는다. 상인 들은 하나라도 더 팔려고 열심이다. 추운 겨울에 활어들이 작은 좌판에서 꿈틀거린다. 어떤 녀석은 탈출을 감행한다. 운 좋게 나도 꽃새우라는 그녀석을 밤 12시에 구워먹었다. 초고추장 팍팍 찍어서 먹어보던 그 맛은 임금님 어느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그래! 여행은 익숙한 내 삶이 아니라 낯선 들을 맞닥뜨리는 것이다.

너무 힘든 어느날이었다. 인생은 일이 아니라 사람때문에 번뇌로 가득찬다. 사람때문에 인생이 힘들어진다.
어느 봄날 나는 철쭉이 산 지천에 만발하는 합천의 황매산으로 달려갔다. 막힌 곳 하나없는 광활한 산의 능선 으로 만개한 철쭉이 내 키보다 컸고, 산바람이 거칠었다. 제일 높은 곳에 올라 땅아래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을 내려다 보았다. 개미처럼 아주 작은. 아주 작은 집들. 장난감 같은 차들. 나는 그때 나의 힘듬에 정점을 찍었다. '그래, 내가 저 땅에서 고민하는 것들이 참 하찮은 것들이구나'하는 작은 깨달음. '참으로 쓸데없는 것들로 내가 괴로워하고 있구나'라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들은 저기 개미군단에 있고 나는 지금 그 군단에서 탈출한 별세계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게 여행은 작은 깨달음이었다.


여행에서 얻은 것.

여행의 완성은? 다시 집으로.
그렇게 하찮은 인간 세상인데 나도 일개 인간이니 다시 그 세상속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여행의 완성은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것.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 나는 운전을 즐긴다. 안전하게 끝까지 집으로 돌아온다. 아무 탈 없이 내가 사는 집 앞으로 도착했을 때, 혹시 있을지도 모를 신에게 감사를 하고 나에게도 감사를 한다. "오늘도 무사히. 감사합니다" 마음속으로 하는 인사. 이제 여행이 끝났다. 여행은 반드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야 완전히 끝나는 것이다. 그것이 여행의 완성이다.


이렇게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립니다.
긴 글 저도 읽을 때 힘들긴 하더군요... 근데 제가 이렇게 길게 쓸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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