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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을 다니는 이유

길 위 2021. 11. 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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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호로고루성 으로 가는 길 삼국시대성지

내가 여행을 다니는 이유에 대해
어릴 때 내가 보는 세상은 내가 사는 작은 집과 작은 마당, 그리고 집 뒤의 작은 동산이 전부였다. 그곳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어릴 때는 누구나 그랬겠지만. 10대에는 공부, 학교가 세상의 전부였다. 특별히 다른 동네를 알지도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지도, 다른 동네로 여행을 가지도 않았다. 그냥 다람쥐채바퀴 돌듯 아침에 눈을 뜨면 학교를 가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고 학원을 가고 그것이 전부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직장생활을 하는데 애석하게도 내가 사는 동네에 입사를 하였다. 그때부터는 또 직장에서 집으로, 집에서 직장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슬픈 이야기지만 내가 자란 동네에서 나는 무척이나 많은 긴 시간을 보냈다. 학교도 우리 동네였고, 직장도 우리 동네였고, 이직을 3번 정도 했지만 그마저도 우리 동네였다. 그러니 인공위성으로 봐서도 나의 행동반경은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는 동선이 세상의 전부인 셈이었다. 아는 지인은 내게 말했다. 이 동네에서 살다가 몇 년 전에 일이 생겨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는데 이사 간 동네가 너무나도 좋다는 것이었다.(인천이었던 것 같다) 그 동네는 현대식 건물도 있지만 옛날 건물도 많이 남아있고 유명한 맛집이 많은 시장도 있으며, 조금만 가면 바다도 있고, 항구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이 너무 잘한 일 같다고 했다. 애석하게도 우리 동네는 아파트만 즐비하고 별로 볼 곳도 없는 작은 도시일 뿐이다. 그렇다고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있거나 항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생활이 너무 단조로웠다.


목적 없던 여행은 이제 목적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속초를 아주 좋아하는 지인을 따라 바다를 가게 되었다. 그때는 너무 오래전이라 새로 뚫린 길도 없는 산을 5개 정도 구불구불 넘어야 속초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런 고생을 하면서도 찾아간 내 생의 첫 바다는 매우 인상 깊었다. 도착한 시간이 밤 12시였는데 그때의 속초 동명항의 밤을 지금도 기억한다. 일만 알고 약간 지쳐갈 때 밤 야시장의 활기와 팔딱팔딱 움직이던 활어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시장의 활기를 받고 온 그다음 날부터 나는 속초의 향수에 빠져선 그 동네로 아예 이사 가고픈 마음까지 생겼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다르게 나의 직장도 남편의 직장도 여기이니 늙어 죽을 때까지 이 동네를 못 떠날 듯싶었다. 게다가 시댁도 친정도 내 친구들도 다 이 동네에 있으니 그것을 행복이라 해야 할까? 불행이라 해야 할까?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녔다. 여행을 다니면서 본 다른 동네의 모습과 그 관광지만의 재미있고 색다른 모습들이 점점 더 나를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게끔 만들었다.


즐기는 여행을 하다가 이제는 여행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것은 내 가족, 내 모습, 내 친구들 사진이 전부였다. 그곳의 풍경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사진은 찍고 와도 사람이 없는 풍경이니 휴지통에 버려지기 일쑤였다. 여행도 10년 20년을 하게 되니 이제는 다니던 곳을 다시 방문하는 일이 생겼다. 그런데 예전에 그곳을 가서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왜 그곳을 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도 기록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풍경이 주는 색다른 맛을 알게 되었다. 그곳만의 풍경을 사진에 다 담고 싶었다. 사진은 여행지의 그때 그 시간을 하나부터 열까지 그대로 담아줄 수 있는 제일 좋은 수단이다. 풍경사진을 찍고 사진을 감상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여행도 어느덧 정리가 필요해졌다. 요즘은 여행을 다녀오면 기록을 하고 사진을 남기고 여행 뒷이야기를 기록한다. 그곳에서 내가 겪었던 일들을 모두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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