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에 있는 백제문화단지(백제역사재현단지) 왕궁촌에 세워진 능사의 5층목탑.
충청남도가 2006년 12월에 세웠다는 이 목탑은 정면3칸, 측면3칸, 바닥면적은 16평, 높이 37,5m로 최기영 대목장(무형문화재 74호)이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목재와 목재만 얽어서 처마의 하중을 떠받치는 백제시대의 '하앙식 공법'을 적용해 만든 탑이랍니다. 바로 능사의 하이라이트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백제문화단지의 주변 땅이 넓기에 더 아름다워보이고 멋져보이는 것이지, 만약 작은 땅 안에서 존재했다면 주변의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변 작은 아파트들 사이 저 혼자 우뚝 선 100층짜리 고층건물 같은 느낌을 주었을 것입니다.
길 위의 사진관
2021.12.22 어느 수요일
여행사진의 기록
5층목탑을 보는 느낌은 뭐랄까. 백제시대의 화려함과 섬세함들이 묻어난다고나 할까요? 백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말입니다. 일단 무언가를 볼 때 위를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위력을 가지는 것. 백제의 어느 화사한 연분홍 금박무늬가 들어가 있는 한복을 차려입은 화사한 공주님같은 느낌. 화사한 공주님이 치마를 한껏 펼쳐 살포시 앉아 있는 단아한 느낌. 그리고 백제시대의 작은 금으로 된 찰랑거리는 작은 금귀고리를 양쪽 귀에 한 듯한 그런 공주님 같은 느낌. 인생의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는 듯.. 제가 보는 5층목탑의 느낌은 이렇습니다.
5층목탑을 정면에서 올려다본 느낌입니다. 이해가 안되는 것이 정말 백제시대에 저런 톤의 색을 사용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대개는 강렬한 붉은색, 원색에 가까운 갈색빛, 그리고 약간 두드러지는 금색이 주로 이루는 옛 건물의 색으로 무언가를 강조한다면, 지금 정면에서 보는 이 5층목탑의 색은 요즘의 현대에서나 선호하는 파스텔톤의 색입니다. 코발트 하늘빛, 연한 노란빛, 그리고 연한 핑크빛이 감도는, 그런 색들이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한 몸으로 어울려있습니다.
궁금한 것은 그것입니다. 백제를 재현할 때의 색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 백제시대에도 이런 화사하고 화려한 세련된 느낌의 색들을 사용했는지 말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에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5층 목탑 안에 무엇을 숨겨둔 것일까요? 원래의 절터는 부여군 능산리에 있던 절터였다고 합니다. 그 절터의 목탑이 있던 자리에서 건립 연도가 적혀있는 '청왕명석조사리감' '금동대향로' 그리고 사리함이 나왔다고 합니다. 발굴 기록에 따르면 5층목탑은 백제 위덕왕14년(서기 567년)에 사리를 봉안하고 탑을 세웠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5층목탑을 건립한 오래전의 일도 5층목탑을 다시 재현한 분도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색이 핑크 핑크 합니다. 건물의 벽도 핑크핑크합니다. 처마의 무늬들은 또 어떤가요? 정말 많은 무늬들이 숨어 있습니다. 기둥 하나하나에 무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의 공이 들어갔을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저 수만 가지 무늬들을 그리고 색을 칠하느라 사람의 영혼을 다 바쳤다고 해도 될 만큼. 이 정도의 정성이었다면 무언가를 기원하는 마음이 그토록 컸다는 것 아닐까요?
백제는 남아있는 건축물도 거의 없고, 그림은 커녕 기록도 별로 없어서 고증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본에 남아 있는 백제 관련 유적이나 한국의 백제 관련 유적 등을 참고하여 고증했는데 얼마나 실사에 가깝게 고증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 시대에 살아본 사람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재현된 건물 또한 어찌 보면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
항간에는 약간의 부실공사가 있었다는 말도 있던데 이유와 결과가 어찌 됐든 이 목탑을 만드는데 온 힘을 쏟았을 인간무형문화재 최기영 대목장님과 그외의 사람들 모두 매우 힘든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5층목탑에는 사리함이 보관되어 있고 이렇게 검은색 중심 기둥이 있습니다. 검은색 바탕에 청룡과 황룡을 그려놓은 듯한데 중심 기둥이 아마도 5층 목탑을 지지하는 중간 기둥의 역할을 하나 봅니다. 검은 바탕에 금분으로 칠한 황룡의 모습이 더 돋보입니다.
숨겨진 것이 많을 이 목탑. 아마도 이 목탑을 재현한 분들의 이야기를 언제가 방송에라도 듣는 날이 생긴다면 들어볼 것 같은데.. 밤을 새도 모자랄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사진의 왼쪽에 있는 3칸으로 된 향로각이 있습니다.
금동대향로'는 1993년 12월 12일. 능산리 고분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차장 공사가 앞두고 있던 날에 물웅덩이 진흙 속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여담으로는 이 금동대향로가 발견되자 어느 박물관에 소장을 해야 할지 신경전이 거셌다고 합니다. 심지어 연구단계에서 사진 한 장도 유출되지 않도록 기를 쓰고 막았다고 합니다.
결론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다가 출토지와 가까운 국립 부여박물관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것은 모조품. 부여군은 부여박물관의 상징과도 가은 것이기에 이 진품을 외부로 내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일부 중국 사학자들은 '이것은 중국의 유물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매우 관심을 드러내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대향로 전시를 요구했다고 했지만,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은 '교환 전시될 일본의 유물과는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을 하였다 합니다. 왕실에서 제사용으로 사용되는 물건이 천에 곱게 쌓인 채 땅에 묻힌 이유는 660년 '사비성'이 함락되어 약탈과 방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어느 백제인이 급히 숨겼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자료 출처 문화유산기술연구소)
어딜 가나 여담은 늘 재미가 있습니다. 더 많은 여담이 있었겠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도의 여담은 그 정도입니다.
5층목탑의 바로 일직선으로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없어질 위기에서 살아남아 지금의 현재 시대에서 많은 가치를 드러내는 '금동대향로'의 모조품이 가운데 정 중앙에 놓여있습니다.
소망의 종을 달아 놓은 곳도 있습니다. 2021년의 오늘 12월 31일 이제 모두의 소망을 이야기할 시간이 왔습니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시작이니까요. 오늘 밤은 오래도록 잠을 안 자고 버틸 생각입니다. 지는 해는 아쉽고, 새로 올 해는 설레는 밤이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명복을 기원하고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많았을 백제의 시간들. 그래서 능이 있는 능사의 안은 온통 기원하는 것들로 채워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적들의 침략을 받았을 듯한 백제. 결국엔 사비성은 침략으로 무너지고 맙니다. 아마도 백제는 적의 침략을 막아내기에는 힘이 많이 부족했는 듯싶습니다.
능산리 고분군을 한 번도 못 가봤는데 한번 가볼걸 그랬습니다. 백제 금동대향로가 나온 자리가 표시석으로 되어 있는 듯한데 아쉽습니다. 이곳은 부여군 은산면 가중리에서 발굴된 석실분 7기가 모두 이전되어 복원되어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한 사람의 일대기, 아니 한 나라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듯한 묘한 분위기가 있는 부여의 백제문화단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옆의 지인이 저에게 말을 합니다. "사실 이 부여땅 아래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백제 유물이 많을 것"이라는. 지금도 부여땅에는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유물들이 이 땅 밑에 존재할 것이라는 말을요.
수학여행을 부여로 가본 적도 없고, 이 생에 첨인 곳. 그런데 살아보니 어렸을 땐 전혀 관심 없는 옛날 역사 이야기가 지금은 왜 궁금해지는지. 아마도 내가 사는 세상이니 그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도는 알고 싶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저녁때 늦은 밤 전쟁과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아오신 할머니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 또 그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그 이야기들은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량인 백제의 유물들. 후세에 누군가는 지금보다 더 많은 백제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2021년의 끝자락에서.
길 위의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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