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보/길 위의 오늘

한 겨울에 팬더와 대나무숲이 있는 풍경이라니(여행뒷이야기)

길 위 2022. 1. 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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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을 보려면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이 전국에 몇 군데 있습니다. 울산의 대나무숲, 담양의 대나무 숲, 기장의 대나무 숲, 부산의 대나무 숲, 순천에도 대나무숲이 있고요. 거제에도, 단양에도 대나무숲이 있습니다. 대나무가 많은 우리나라의 전라도 경상도 지역들 유명합니다. 그런데 오늘 생각지 않게 충청남도의 대나무숲을 만났습니다. 예전에 강원도 강릉의 오죽헌에서 대나무숲이 있는 정자를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대나무숲을 만나니 갑자기 '웬 대나무숲이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팬더라니요. 이 한 겨울에 푸른 대나무숲과 팬더가 있다고 하니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길 위의 사진관
2021.12.22

부여문화재단지에 있는 대나무숲공원
대나무숲공원의 입구의 팬더

팬더가 보입니다. 팬더가 귀엽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오면 아마도 깜짝 놀라며 팬더를 껴안았을지도.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놀이터인 것 같습니다. 대나무가 줄지어 울창한 이 길 위로 뛰어다닐 것만 같습니다. 같이 기념으로 사진을 남겨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겨울에 대나무들이 이렇게 푸르르니 잠깐 추운 계절을 잊을 것만 같습니다. 같이 온 옆의 지인은 오히려 '생뚱맞다'라고 합니다. 주변의 문화재가 있는 분위기와는 전혀 안 맞는 풍경이라고 합니다.


부뚜막안으로도 들어온다는 생명력 강한 대나무라는데..
대나무 때문에 매년 애를 먹은 생각이 납니다. 전라남도 부안에 작은 땅을 산 적이 있는데 마당 뒤편으로 이렇게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서 나중에 그곳에서 대나무를 보며 힐링할 생각으로 땅을 덥석 샀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꿈도 잠시이고 매년 마당 뒤편으로 있는 울창한 대나무가 번식해 버리는 바람에 고민이 생기기 시작 했습니다. 장시간의 거리를 내려가서 1년 단위로 사람이 살 땅까지 덮어버린 그 대나무를 하나 하나 자르고 모아서 없애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것도 매년 똑같은 대나무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동네 어르신이 우리가 가면 말하기를 "대나무 베러 왔어?"라고 합니다. "대나무때문에 불편하셨죠? 매년 대나무가 번식을 하네요~" 알아보니 이 대나무들의 수명은 대략 50년동안이라고 합니다. 당장 그 땅에 전원주택을 지을 것도 아닌데 매년 대나무를 베려고 하니 큰 숙제를 하나 얻은 기분입니다. 키도 얼마나 큰지 길이가 어마어마 합니다. 한 녀석을 베서 옆으로 누워 놓으면 그 길이가 한 마당을 다 차지합니다. 어르신은 대나무를 보고 말하기를 "사람 사는 부뚜막에도 올라타는 놈이야"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대단하네요" 정말이지 그때 대나무를 알았습니다.

귀여운 팬더가 있는 의자. 대나무 숲속에 팬더들이 숨어 있다.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곳

처음엔 길이도 긴 대나무를 낫으로 하나 하나 베어내려니 일하는 남편이 너무 힘들어보였습니다. 한나절이 되도 많은 양의 대나무를 베는 것에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중노동도 이런 중노동이 없습니다. 급기야 저녁이 다 되어가니 조급한 마음이 생겨선 포크레인 중장비를 불렀습니다. 그 후론 포크레인으로 매년 번식한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그 대나무들을 말리기 위해 옆으로 뉘여 몇 달을 말려놓습니다. 이런 대나무의 성질도 모르고 예쁜 마음에 그 조그만 땅을 산 무지함이 생각납니다.

대나무숲에 놀고 있는 팬더 한 마리 (모형)


대나무숲은 바람에 아주 시원한 소리를 냅니다. 서걱서걱하는 소리도 나죠. 어떤 사람은 그 소리가 소복을 입은 여자의 치맛소리 같다고 표현을 하며 그래서 대나무가 싫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를 아주 시원한 바람소리로 듣기가 좋다고 합니다. 관리가 필요하고 손이 많이 가는 나무가 대나무인것 같습니다. 숲에 숨어있는 팬더가 놀고 있는 듯한 모형입니다.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는 문화재 지역 보다는 더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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